22.[은퇴준비] 행복한 은퇴의 조건 - 관계근육(Social Fitness)
오늘은 은퇴를 준비하는 여러분들과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보통 '은퇴 준비'라고 하면 401(k)나 IRA 밸런스, 소셜 시큐리티(Social Security) 같은 숫자들을 먼저 떠올리시죠? 물론 재정적인 안정은 은퇴의 기초입니다. 하지만 그 기초 위에 세워질 집이 튼튼하고 따뜻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하버드 대학교의 최장기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가 은퇴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종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관계(Relationships)입니다.
하버드 대학교에는 1938년부터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긴 연구 중 하나인 성인 발달 연구(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가 있습니다. 로버트 월딩거(Robert Waldinger)와 마크 슐츠(Marc Schulz) 교수는 724명의 인생을 10대부터 80대까지 추적한 끝에 다음 세 가지 결론을 내렸습니다. 80년 넘게 추적한 끝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결정짓는 단 하나의 결정적인 요인을 찾아냈습니다. 놀랍게도 그것은 콜레스테롤 수치도, 은행 잔고도, 사회적 명예도 아니었습니다. "좋은 관계(Good Relationships)가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이것이 85년 연구의 결론입니다.
첫째, 사회적 연결은 유익하고, 고독은 해롭습니다.
가족, 친구, 공동체와 긴밀하게 연결된 사람들은 더 행복하고, 신체적으로 건강하며, 더 오래 살았습니다. 반면, 원치 않는 고독은 흡연이나 알코올만큼이나 건강에 치명적이며 뇌 기능을 조기에 퇴화시킵니다.
둘째, 친구의 '수'보다 관계의 '질'이 중요합니다.
친구가 많거나 결혼을 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갈등이 심한 결혼 생활은 이혼보다 건강에 해롭습니다. 반면, 80대에 가장 건강한 사람들은 50대 때 관계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셋째, 좋은 관계는 몸뿐만 아니라 '뇌'도 보호합니다.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80대에도 기억력이 선명하게 유지되었습니다.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기억력 감퇴가 더 빨리 찾아왔습니다.
은퇴 후 가장 행복했던 사람들은 부를 축적한 사람이 아니라, 가족, 친구, 공동체와 따뜻한 연결을 유지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반면 고립감은 흡연이나 알코올 중독만큼이나 건강에 치명적이었습니다.
우리가 몸을 만들기 위해 헬스장에서 운동(Physical Fitness)을 하듯, 은퇴 후의 행복을 위해서는 '관계근육(Social Fitness)'이 필요합니다. 미국에 사는 우리 이민세대들은 종종 언어 장벽이나 바쁜 이민 생활 탓에 관계가 좁아지기 쉽습니다. 은퇴 후 비즈니스 관계가 끊기면 갑작스러운 고립감을 느낄 수도 있죠. 이 글을 읽는 지금 여러분의 관계근육을 점검해보세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친구가 있나요?
도움이 필요할 때 밤이라도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직장 동료 외에 함께 취미를 나눌 커뮤니티가 있나요?
재무적인 준비는 은퇴 후의 '불안'을 없애주지만, 그 자체로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즉, 돈은 불행을 막아주는 방패이고, 관계는 행복을 만들어주는 엔진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에 사는 우리 한인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월딩거 교수의 조언을 바탕으로 관계 근육(Social Fitness)을 키우는 4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 스크린 타임을 '사람 타임'으로 바꾸세요
은퇴 후 집에서 한국 드라마나 뉴스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기 쉽습니다. 하루에 딱 30분만이라도 화면을 끄고 사람을 만나는 시간으로 대체하세요. 산책을 하거나, 누군가와 커피를 마시는 것이 시작입니다.
- 오래된 관계'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세요
매일 똑같은 일상, 똑같은 대화가 부부 관계를 지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 아내(또는 남편)와 새로운 산책 코스를 걸어보세요. "오랜만에 데이트할까?"라는 말 한마디가 관계의 온도를 바꿉니다. 자녀들이 독립하고 은퇴 후 부부만 남게 되었을 때, 두 사람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집니다.
- 묵혀둔 가족 갈등, 이제는 손내미세요
연구에 따르면, 풀리지 않는 갈등은 우리 몸에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줍니다. 몇 년간 대화가 끊긴 가족, 서운함 때문에 멀어진 옛 친구가 있다면 지금이 연락할 기회입니다. 거창한 사과는 필요 없습니다. "문득 네 생각이 나서 연락했어, 잘 지내?"라는 짧은 문자 하나면 충분합니다.
- '제3의 장소'를 만드세요
직장이 사라지면 만날 사람도 사라집니다. 집도 아니고 일터도 아닌, 나를 반겨주는 제3의 장소가 필요합니다. 특히 이민 생활에서 자녀들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기보다, 나만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인회, 교회 봉사도 좋지만, 로컬 도서관이나 푸드 뱅크(Food Bank) 등 미국 지역 사회 봉사에 참여해 보세요. 영어에 대한 부담보다는 '도움을 준다'는 보람이 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듭니다.
재정상담가로서 저는 여러분의 은퇴 자산이 안전하게 관리되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하버드의 연구는 여러분의 삶이 풍요로워지려면 사람에게도 투자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재정상담을 하다 보면, 통장 잔고는 넉넉하지만 마음 둘 곳이 없어 쓸쓸해하는 은퇴자분들을 종종 뵙습니다. 반면, 재정적으로는 평범해도 늘 사람들과 웃으며 지내는 분들은 얼굴빛부터 다릅니다.이번 주말에는 은퇴 계좌를 확인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 소중한 사람에게 안부 전화를 거는 것으로 '행복 투자'를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지금 당장, 내가 연락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떠오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것, 그것이 행복한 은퇴를 위한 최고의 투자입니다.
이 내용이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며, 여러분의 풍요롭고 따뜻한 은퇴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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