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자녀교육] 자녀를 사랑한다면, 이제 '부모 은행'의 셔터를 내리세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 미국에 산다고 다를까요? 팬데믹을 겪고, 치솟는 렌트비와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약해지는 건 당연합니다. "이번 달 렌트비만 좀 도와줄까?", "취직할 때까지만 용돈을 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작은 호의들 말이죠.

하지만 오늘은 조금 아픈, 하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기사를 읽다가 우리 교민 사회 부모님들 생각이 많이 났거든요. 자녀를 향한 우리의 사랑이, 때로는 아이들의 날개를 꺾고 부모님의 노후마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심리학자들은 부모의 이런 모습을 '행동 강화(Behavioral Reinforcement)'라는 용어로 설명하죠. 돈은 가장 강력한 행동 강화제입니다. 아이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부모가 즉시 해결해 주면, 아이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기보다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학습하게 됩니다.

결국 선한 의도로 시작한 도움이 아이를 '의존(Dependency)'의 늪에 빠뜨리고, 부모님의 은퇴 계좌는 서서히 말라갑니다. 실제로 중년 미국인의 17%가 자신의 노후 자금을 희생하면서 26살 이상인 성인 자녀를 지원하고 있다고 하고, 다른 통계에서는 대학졸업후 집으로 돌아와 사는 "Boomerang children"을 지원하느라 은퇴준비에 문제가 있다고 23%가 응답했습니다.

재정 전문가로서 현실적인 계산기를 두드려 봅니다. 은퇴 자금이 든든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를 돕기 위해 401(k)나 IRA에서 돈을 인출한다고 가정해 보면 이는 단순한 지출이 아닙니다. 복리로 불어날 기회비용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 소득세(Ordinary Income Tax)까지 내야 하니 그야말로 이중고(Double Whammy)를 겪게 되는 셈입니다. 사랑의 대가는 생각보다 비쌉니다.

"내 노후는 내가 알아서 할수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시나요? 하지만 부모가 노후 빈곤에 빠지면, 그 짐은 결국 다시 자녀에게 돌아갑니다. 진정한 자녀 사랑은 부모가 스스로의 노후를 완벽히 책임지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서로 상처받지 않고 이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요? 지원을 끊겠다고 하면 자녀가 '일시적 급발진(Extinction Burst)'을 할 수도 있습니다. 자녀가 감정을 폭발시키거나, 갑자기 연락을 끊겠다거나, 부모님 탓을 하며 죄책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거죠. 이때 마음이 흔들리면 안 됩니다.

여기 NYT 기사에서 우아하게 '부모 은행' 문 닫는 법의 구체적인 5가지 실행 가이드를 드립니다.

1. 단호해지세요 (Stick to your guns) - 협상의 대상이 아닙니다. 부부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점진적으로 줄이세요 (Titrate support) - 갑자기 끊기보다는 "다음 달부터는 렌트비의 50%만, 6개월 뒤엔 0%" 식으로 서서히 줄여나가세요.

3. 구체적인 숫자로 말하세요 (Use specific language) - "형편이 좀 어려워"라는 모호한 말 대신, 정확한 금액과 날짜를 제시하세요.

4. 기록으로 남기세요 (Get it in writing) -법적 효력이 없더라도, 약속을 문서화하는 것은 서로에게 책임감을 부여합니다.

5. 전문가인 저를 철저히 '핑계'로 삼으세요 (Enlist professional help) - 자녀에게 직접 말하기 힘들다면 저를 파세요. "파이낸셜 어드바이저가 우리 은퇴 자금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는데, 지금처럼 지원하다가는 나중에 큰일 난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원을 줄여야 해". 제 3자의 객관적인 분석을 핑계 삼으시면 감정싸움은 줄어들고 설득력은 높아집니다. 제가 기꺼이 여러분의 든든한 '악역'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부모 은행'의 문을 닫는 것은 매정한 결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녀에게 '경제적 자립'이라는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을 주는 과정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그리고 부모님은 은퇴 후에도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고 품위 있게 사시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가족의 행복 아닐까요?

오늘 저녁, 배우자와 함께 와인 한 잔 기울이며 진지하게 상의해 보십시오. 그리고 결정하십시오. 우리 집 '부모 은행'의 영업 종료일은 언제로 할지 말입니다.


댓글

  1. 건강한 결핍이라는 아이러니한 말이 떠오르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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