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절세]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진짜' 내는 세금 이야기 - 누진세구조



해마다 1월말이 되면 우편물의 양이 늘어 납니다. W2, 1099등 세금보고관련 서류들이 속속 도착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사는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큰 숙제가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죠. 바로 세금 보고(Tax Return) 시즌입니다. 세금 보고 시즌이 다가오면 "세율이 너무 높아요"라며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누진세 구조에는 우리가 자주 깜빡하는 '착시'가 숨어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자신의 소득이 특정 세금 구간(Tax Bracket)에 진입하는 것에 대해 큰 두려움을 가지고 계신 걸 봅니다. "올해 연봉이 올라서 24% 구간이 되었어요. 번 돈의 4분의 1이 세금으로 나가게 생겼네요."라고 한숨을 쉬시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오늘은 우리가 막연히 무서워하는 미국의 세금 구조, 그 속에 숨겨진 '진짜 세율'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커피 한 잔 내려놓고 천천히 읽어보시면, 읽고 난 뒤엔 세금이 조금은 덜 무섭게 느껴지실 겁니다. 

미국의 세금은 '계단식'입니다.

2025 Tax brackets 

Source: Internal Revenue Service


미국의 소득세 시스템은 누진세(Progressive Tax) 구조를 따릅니다. 쉽게 말해, 소득 전체에 대해 하나의 세율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소득을 여러 구간으로 쪼개서 각기 다른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죠.

상상을 한번 해보세요. 우리 앞에 여러 개의 바구니가 일렬로 놓여 있습니다.

첫 번째 바구니는 '10% 바구니', 두 번째는 '12% 바구니', 세 번째는 '22% 바구니'라고 이름 붙여져 있죠.

우리가 번 돈을 이 바구니에 차례대로 담습니다. 첫 번째 바구니가 꽉 찰 때까지는 그 안의 돈에 대해 10%의 세금만 냅니다. 그 바구니가 넘치면, 넘친 만큼만 두 번째 바구니로 들어가 12%의 세금을 내게 되죠.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내 세율(Marginal Tax Rate)'은 가장 마지막에 돈이 담긴 바구니의 세율을 말합니다. 하지만 내 전체 소득에 대한 진짜 세금 부담률인 '실효세율(Effective Tax Rate)'은 이 모든 바구니의 평균치를 낸 것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훨씬 낮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계산해 볼까요? (편의상 2025년 싱글 보고 기준을 예로 들겠습니다.)

만약 과세 소득(Taxable Income)이 7만 5천 불인 분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분은 소득 구간상 22% 구간(Bracket)에 속합니다. 얼핏 생각하면 "아, 7만 5천 불의 22%인 약 1만 6천 불을 세금으로 내겠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계산은 다릅니다.

1. 처음 $11,925까지는 10%만 적용받습니다.  - $11,925 * 10% =$1,193(A)

2. 그다음 구간인 $11,926 ~ $48,475까지는 12%가 적용되고요.  - $48,475-$11,925= $36,549, $36,549*12%=$4,386(B)

3. 그 다음 $48,476부터 $75,000까지는 22%가 적용됩니다. 22%라는 높은 세율은 이미 앞선 낮은 세율의 혜택을 다 채우고 난 '나머지 금액' $26,523에 대해서만 적용됩니다. - $75,000-$48,476=$26,523, $26,523*22%= $5,835(C)

결과적으로 이분이 실제로 내는 세금은 $1,193(A)+$4,386(B)+$5,835(C)의 $11,414 가 됩니다.

이를 전체 소득으로 나눠보면, 진짜 세율인 실효세율(Effective Tax Rate)은 22%가 아니라 약 15%에 불과합니다.

어떤가요? 22%와 15%의 차이는 꽤 크죠. 내 소득이 높은 구간에 진입했다고 해서, 내 모든 소득이 그 높은 비율로 과세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이것만 기억해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봉'이 그대로 과세 소득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미국 국세청(IRS) 자료에 따르면 납세자 10명중 9명이 표준공제(Standard Deduction)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이 표준공제 금액만큼은 아예 세금 계산에서 제외됩니다. 

위의 예에서 독신보고자의 공제액 $15,750이 표준공제 되면 실제 과세소득은 $59,250이 되므로 더 적은 세금을 내게 됩니다.

거기에 은퇴 계좌(401k, IRA)에 저축한 금액이나, 어린 자녀가 있다면 받을 수 있는 세액 공제(Child Tax Credit) 등을 고려하면 우리가 체감하는 실효세율은 더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바로 은퇴 후 자금 인출 전략을 짤 때 핵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은퇴 후 연금 계좌에서 돈을 꺼내 쓸 때, 무조건 세금을 적게 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낮은 세율 구간(10%나 12% 구간)의 바구니가 비어 있다면, 일부러 그만큼을 더 인출하거나 로스 변환(Roth Conversion)을 해서 그 낮은 세율 혜택을 꽉 채워 쓰는 것이 현명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세금 구간 채우기(Tax Bracket Filling)'라고 부르죠.

세금은 피할 수 없는 의무지만, 막연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내 세율이 24%래!"라며 겁먹기보다는, "아, 내 마지막 1달러가 24% 구간에 닿았구나,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20%도 안 되는 세금을 내고 있네"라고 생각하는 여유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식단을 위해 칼로리를 계산하듯, 건강한 부를 위해 내 세율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 그것이 현명한 은퇴 준비의 첫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가오는 세금 보고 시즌, 조금 더 똑똑하고 여유롭게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댓글

  1. 보더라인에 있으면 안타깝다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런게 아니었네요. 주변의 고소득자 부부가 브라킷 문제로 말다툼하는것을 보았는데 그 사람들도 이 사실을 몰라서 그랬나도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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