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경제]도대체 S&P 500이 뭐길래? - 거인의 밥상에 숟가락 얹기

 

요즘 주위에서 “S&P 500”이라는 단어가 자주 들리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좋을수록 더 많이 들리죠.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주식을 모르는 분들은 이게 무슨 비타민 이름인가, 아니면 선크림 지수(SPF) 같은 건가 싶으실 수도 있습니다. 

Wall Street의 트레이더들이 모니터 6개를 띄워놓고 하루 종일 쳐다보고 있는 이것. 도대체 정체가 뭘까요? 오늘은 이 숫자가 가진 진짜 의미와, 왜 우리가 이 숫자에 주목해야 하는지 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S&P 500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미국 주식 시장의 국가대표팀"입니다.

시장에 유통되는 회사의 주식이 거래되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등에 상장된 수만 개의 기업 중, 덩치가 크고 우량한 500개 기업만 뽑아서 모아놓은 리스트죠. 엔비디아,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우리가 매일 쓰고 입고 먹는 미국의 1등 기업들이 여기 다 모여 있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미국 자본주의의 코스코(Costco) 카트라고 생각해 보세요. 코스코에 가면 아무 물건이나 팔지 않죠? 철저하게 검증되고 잘 팔리는 물건만 진열대에 오릅니다. S&P 500은 미국이라는 거대 마트에서 가장 잘 나가는 500개의 상품(기업)만 골라 담은 카트입니다. 위 그림은 현재의 S&P 500를 시가총액의 크기로 지도를 만든겁니다. 사우디 아람코나 Ikea 같은 거대 기업도 S&P 500에는 못 들어옵니다. 왜냐고요? 마국 주식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이죠. 철저하게 미국 시장에서 검증된 선수들만 뜁니다.

많은 분들이 S&P 500이 컴퓨터가 자동으로 시가총액 순서대로 자르는 줄 아시는데, 사실은 사람(위원회)이 뽑습니다. 이 부분은 마치 대학 입학 사정관과 비슷합니다. S&P 위원회(The S&P 500 Index Committee)라는 위원들이 매달 모여서 회의를 하고 분기별로 리스트를 조정합니다.

"음, 이 회사는 덩치는 큰데 적자네? 탈락." "이 회사는 요즘 핫하긴 한데 주식이 너무 안 팔려(유동성 부족). 보류."

단순히 덩치만 크다고 뽑아주지 않습니다. 대표성, 유동성, 재무 건전성 등을 깐깐하게 봅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이 제발 우리 좀 끼워달라고 로비를 하기도 합니다. 왜냐고요? 이 리스트에 들어가는 순간 전 세계 연기금과 투자자들의 돈이 자동으로 들어오거든요. 기업 입장에선 '합격 통지서'를 받는 셈입니다. 우리가 바쁜 생활 속에서 기업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나요? S&P 500에 투자한다는 건, 이 깐깐한 입학 사정관들에게 "내 대신 우량 기업 좀 골라주세요"라고 아웃소싱을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한편 투자은행(IB)의 프로 트레이더들에게 S&P 500은 단순한 투자 대상을 넘어 생존 도구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헤징(Hedging)'입니다. 농부가 사과나무(애플 주식)를 심었는데, 태풍(시장 폭락)이 올 것 같으면 어떻게 할까요? 태풍이 오면 돈을 받는 보험을 듭니다. 바로 S&P 500 선물(Futures)을 매도(Short)하는 거죠. 개미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 "제발 주식아 올라라! 비나이다!" 하지만 프로의 전략은 "주식이 오르면 좋고, 내리면 보험금(선물 수익) 타서 손실 메꾸면 되지." 하면서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겁니다. 이들이 이렇게 이해도 안되는 복잡한 짓(?)을 한다는 건, 그만큼 S&P 500 시장이 거대하고 안전하며, 누구나 믿고 거래하는 '표준'이라는 뜻입니다.

자, 이제 기술적인 이야기말고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해봅시다. 왜 우리는 S&P 500을 사야 할까요?

미국에서 이민자로 산다는 건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과정입니다. 언어도, 문화도 낯선 곳에서 우리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며 근로 소득(Active Income)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만으로는 부자가 되기 힘든 게 자본주의의 냉혹한 현실입니다. 자본소득(Passive Income)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S&P 500에 투자한다는 건, 단순히 주식 쪼가리를 사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미국의 자본주의 시스템과 인간의 욕망에 베팅하는 행위"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1. 인간의 욕망 -사람들은 앞으로도 아이폰을 살 것이고, 코카콜라를 마실 것이고, 아마존에서 주문을 할 것입니다.

2. 기업의 혁신 - 500개의 최고기업들은 그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밤낮없이 혁신하고 돈을 벌어들일 것입니다.

3. 시스템의 보호 - 미국이라는 나라는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S&P 500을 산다는 건, "내일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인류는 더 나은 삶을 원할 것이고 기업은 성장할 것이다"라는 믿음에 내 자산을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장기투자 목적의 401(K)등 절세 은퇴계좌에 ETF(SPY, VOO, IVV 등)나 편드(FXIAX, VFIAX등)의 형태로 많이 투자되는 것이 S&P 500지수입니다. 우리가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도, 캘리포니아의 엔지니어와 뉴욕의 금융가들은 이 500개 기업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치열하게 일합니다. 내가 직접 뛰는 게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500명의 천재들을 내 직원으로 고용하는 것인 셈입니다.

“S&P 500은 우상향한다"는 말은 반만 맞습니다. '떨어져도 언젠가는 다시 올라온다'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2000년 닷컴 버블(-48%), 2008년 금융위기(-56%). 반토막이 나는 구간은 역사적으로 반드시 존재했습니다. 회복하는 데 5~7년이 걸리기도 했죠. 하지만 데이터를 보면 15년 이상 보유했을 때 손실 확률은 거의 0%에 수렴했습니다. 즉, S&P 500 투자의 핵심은 '타이밍'이 아니라 '버티는 엉덩이 힘(시간)'입니다. 내일 당장 주식이 오를지 떨어질지 예상하기 힘들고 어느날 갑자기 큰 폭락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00년이상의 역사를 돌아봤을 때, 전쟁이 나도, 금융위기가 와도, 결국 S&P 500은 전고점을 뚫고 올라왔습니다. 개별 기업은 망할 수 있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은 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이 망할 정도면, 현금을 쥐고 있어도 소용없는 세상일 테니까요.) 굳이 복잡한 선물 거래나 옵션 전략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이 국가대표 올스타 팀의 지분을 사서 모아두세요. 

우리는 이 낯선 땅에서 충분히 치열하게 살고 있습니다. 비록 내 몸은 고달픈 생활을 겪고 있을지라도, 내 자산만큼은 미국이라는 거인의 밥상위에 숟가락을 얹으십시오. 그것이 미국에 사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단, 반드시 여유 자금으로 하십시오 6개월 뒤에 써야 할 비상금, 주택구입자금으로 투자하면 100% 필패합니다. 만약의 하락장에서 못 버티고 팔게 되기 때문입니다. 매일 시세창 보지 마세요. 어차피 10년, 20년 뒤에 꺼내 쓸 돈입니다. 주식 앱을 삭제하거나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는 게 최고의 수익률 비결일 수 있습니다.

오늘 당신의 돈은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까? 은행을 위해 일하고 있나요? 아니면 나의 노후를 위해 일하고 있나요?


*Disclaimer: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나 법률, 세무 상담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투자의 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재무 설계 및 투자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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