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자녀교육]"선생님, 제가 더 부자예요" — 미국 고등학교가 '진짜 돈'을 가르치는 법

 

창밖의 풍경을 보면서 문득 '시간'이라는 자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에게 시간은 때로 아쉬움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하지요. 최근 WSJ에서 미국 고등학교들의 변화된 경제 교육 현장을 다룬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저 교과서 속 숫자가 아니라, 삶의 현장으로 뛰어든 아이들의 이야기가 참 인상 깊어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소개합니다. 우리는 흔히 아이들에게 "인생을 미리 산 어른들의 말을 들으라"고 가르치지만, 재정적인 태도에 있어서는 오히려 우리가 이 아이들에게 배워야 할 점이 참 많더군요.

코네티컷의  the Ethel Walker School에 다니는 16세 소녀 Annie Durkin의 일상은 조금 특별합니다. 애니는 학교 수업을 통해 정부 인증 세무 신고 대리인(Tax preparer) 자격을 땄습니다. 단순히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었습니다. 16세 이상의 학생들은 국세청(IRS)의 자원봉사 프로그램(VITA)을 통해 실제 지역 주민들의 세금 신고를 돕습니다.

교실에서는 'Scarletonia'라는 가상 국가의 통치자가 되어 세율을 정해보기도 합니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걷을 거예요!"라고 외치는 학생에게 선생님은 "그러면 자본이 해외로 도피할 수도 있단다"라며 정책의 균형을 가르치죠.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세금이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국가의 운영 원리임을 깨닫습니다.

더 놀라운 건 실제 투자 경험입니다. 이 학교는 약 4,400만 달러 규모의 학교 기금(Endowment) 중 일부를 학생들에게 직접 맡깁니다. 1인당 1,000달러씩,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하게 하죠. 애니는 고민 끝에 페덱스(FedEx)를 선택했습니다. 학교 돈을 잃지 않기 위해 10년 치 실적을 꼼꼼히 분석하며 위험 회피적(Risk-averse)인 태도를 배웠고, 그 결과 1,366달러로 자산을 불려냈습니다. 실제 돈을 다뤄본 아이들은 "내 돈이 소중한 만큼 남의 돈도 소중하다"는 책임감을 몸소 익히게 됩니다.

캘리포니아의 Da Vinci Communications학교의 풍경은 또 다른 감동을 줍니다. Christopher Jackson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노화 앱(Aging app)을 켜게 합니다. 화면 속에 나타난 65세의 쭈글쭈글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 아이들은 처음엔 웃음을 터뜨리지만, 이내 숙연해집니다.

아이들은 그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씁니다. 지금 당장의 소비(Wants)를 줄여서 너의 노후(Needs)를 지켜주겠노라고 말이죠. 저소득층 동네에서 자라며 경제적 결핍을 겪었던 17세 소년 데온은 이 수업을 통해 "돈이 나를 통제하게 두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들이 깨달은 핵심은 복리(Compound growth)의 힘입니다. "선생님보다 너희가 더 부자다. 너희에겐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행동으로 응답했습니다. 수익이 있는 18세 학생 중 80%가 로스 Roth IRA를 개설했습니다. Chipotle 파트타임으로 번 돈 중 단돈 15달러로 시작해 벌써 750달러를 모은 19세 고메즈의 목표는 65세에 100만 달러 자산가가 되는 것입니다.

이 아이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1. 금융 문해력(Financial literacy)은 생존 지능입니다 - 세금 공제(Deductions)와 환급(Refund)의 원리를 아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Wants)'과 '필요한 것(Needs)'을 구분하는 훈련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2. 시간이라는 자본을 선물하세요 - 자녀가 파트타임일을 시작한다면, 그 소득으로 은퇴 계좌 Roth IRA를 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것은 어떤 유산보다 값진 '복리의 기회'를 물려주는 일입니다.

3. 미래의 나와 대화하세요 - 은퇴를 준비하는 우리 역시 70세, 80세의 나를 대면해 보아야 합니다. 지금의 재정적 선택이 미래의 나에게 어떤 위로가 될지 지표를 세워야 합니다.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여러분, 이번 기사는 단순히 미국의 앞서가는 교육 시스템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기사속 아이들이 보여준 재정에 대한 호기심과 실행력을 우리 마음속에도 심어보자는 초대장입니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경제적 자립심을 길러주는 것만큼 중요한 유산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선물은, 부모인 우리가 먼저 재정적으로 단단해지고 독립적이며 끊임없이 배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뻔한 재테크 이야기가 아니라, 읽을 때마다 여러분의 삶이 조금 더 똑똑해지고 따뜻해지는 기분이 드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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