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건강] 주치의 찾기 대란 - 좋은 의사 만나기가 왜 이렇게 힘들어졌을까?

 


미국에 살면서 우리가 자주 나누는 대화 중 하나가 바로 병원 이야기죠. "요즘 새로 주치의(Primary Care Provider) 한 명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야"라는 말씀,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보셨거나 직접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단순히 기분 탓일까요? 아니면 제가 사는 동네만 유독 그런 걸까요? 
최근 하버드 보건 대학원(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에서 발표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보니, 이건 단순히 우리의 느낌이 아니라 미국 의료 시스템 전체가 겪고 있는 아주 거대한 변화였습니다. 오늘은 우리의 건강한 노후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함께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왜 주치의 찾기가 힘들까?

최근 이 연구가 실린 의학 저널 'JAMA Internal Medicine'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1년 사이 신규 환자를 받는 주치의(PCP)의 수가 무려 23%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미국 전역의 주치의 중 절반도 안 되는 의사만이 새로운 환자를 받고 있다는 뜻이죠.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 의사들의 은퇴는 늘어나는데 새로 유입되는 인력은 부족하고, 
  • 기존 의사들도 업무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 진료 시간을 단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또 의료과실로 인한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도 무리해서 많은 환자를 보지 않고 있습니다. 
  •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에서의 필수의료대란처럼 의사입장에서나 병원입장에서나 큰 돈이 되지않는 내과보다 큰 금액을 청구할 수 있는 수술이나 다른 전문과 진료에 더 쏠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예약 전화를 걸 때마다 "수개월 뒤에나 가능하다"는 답을 듣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저의 주치의가 50대에 갑자기 은퇴를 하는 바람에 갑자기 PCP를 찾아 헤메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구에서는 한 가지 중요한 흐름을 짚어줍니다. 바로 Nurse Practitioners(NP)나 Physician Assistants(PA)와 같은 전문 의료 제공자(Advanced Practice Provider, APP)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들의 숫자는 같은 기간 91%나 급증했습니다. 예전에는 꼭 '의사(Doctor)'여야만 마음이 놓였다면, 이제는 이들 APP와 신뢰 관계를 쌓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을 가장 잘 아는 파트너를 한 명의 의사에게만 국한하지 말고, 시스템 전체로 시야를 넓혀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도 새 주치의를 찾다가 집에서 가까운 병원의 제 이전 주치의와 같이 일했던 PA로 주치의를 정했습니다. 정기검진때마다 만나고 필요하면 다른 전문의를 바로 만날 수 있게 연결해 주니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노후 준비에서 '건강'은 가장 큰 자산이자 변수입니다. 주치의를 점점 구하기 힘들어지는 환경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재정적, 실무적 솔루션을 제안해 드립니다.

  •  건강보험혜택을 꼼꼼히 체크하세요. 년간 정기검진 (Annual Wellness Visit) 권한을 적극 활용해 미리 주치의와 관계를 맺어두어야 합니다. 아플 때 찾으려 하면 늦습니다.
  • 건강 관리를 위한 예산을 '예방'에 집중하세요. 병원 문턱이 높아질수록 질 좋은 식재료와 꾸준한 운동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수익률 높은 재테크가 됩니다.
  • 지역 사회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세요. 은퇴 후 사회적관계는 단순히 외로움을 달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의료 정보와 좋은 의료진을 추천받는 소중한 통로가 됩니다.

돈을 모으고 자산을 불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 자산을 누릴 수 있는 '몸'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주치의 찾기가 어려워진 시대지만, 변화하는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미리 준비한다면 우리의 노후는 여전히 따뜻하고 든든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건강하고, 지혜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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