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경제] 통장 잔고보다 먼저 들여다봐야 할 '내 마음의 습관'
상담현장에서 많은분을 만나보면 은행계좌는 꼼꼼히 확인하시면서, 정작 그 돈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는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다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그런지도 모릅니다. 열심히 모으고 불리는 데 집중하다 보면, 왜 모으는지는 점점 흐릿해지니까요.
오늘은 Kim Stephenson과 Ann Hutchins 이 쓴 “Finance is Personal”이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좀 지난 책이지만 나누고 싶은 내용이 많아 소개드립니다. 원래 이책은 대학재학생과 막 사회진출한 젊은이들을 위한 재정교육용이지만 전 세대가 같이 배울부분이 많은 책입니다. 저자가 책 초반에 던지는 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The finances are pretty simple — it's the people who are complicated."
(재무 자체는 꽤 단순합니다. 복잡한 건 사람이죠.)
맞는 말입니다. 제가 상담 현장에서 매일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숫자를 틀리는 분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 채 계획을 세우다 보면, 아무리 좋은 포트폴리오도 공허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저자들은 말합니다. 대학을 어디로 갈지, 어떤 직장을 구할지 고민하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고요. 은퇴 준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가 있어야 할까?"보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가 먼저입니다.
이 책이 인용하는 연구 중에 유명한 것이 있습니다. 연 소득 약 75,000달러를 넘어서면, 돈이 더 늘어도 행복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결과입니다. 즉,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소득이 증가하면 행복도도 증가하지만 어느 수준이 넘어서면 더 이상 소득증가로 행복도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행복은 어디서 올까요? 저자들이 꼽는 것들을 보면 새롭지 않습니다. 삶의 목적, 좋은 관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 마음챙김, 그리고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는 것.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정작 은퇴 계획을 세울 때는 빠뜨리는 것들이죠. 제가 만난 고객중에도 수치상으로는 완벽한 은퇴 준비를 하셨는데 막상 은퇴를 앞두고 불안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계좌 잔고가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 뭘 하며 살지?"라는 질문에 답이 없어서입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개념이 "머니 스토리(Money Story)" 입니다. 우리가 돈을 대하는 방식은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태도와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빠듯하게 자란 환경이 평생의 결핍감으로 이어져, 충분히 여유가 생겼는데도 돈 쓰는 걸 무서워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반대로 "돈은 쓰라고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라 계획 없이 쓰게 되는 경우도 있죠.
이 머니 스토리는 틀린 게 아닙니다. 다만 지금의 나에게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책은 인지행동코칭(Cognitive Behavioral Coaching) 기법을 통해 오래된 믿음을 어떻게 점검하고 수정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안내합니다.
또 저축을 강조하는데 저축은 가장 먼저, 심지어 지출보다 앞서야 합니다. 단 몇 십 달러라도 자동이체로 먼저 빠져나가게 설정해두면, 복리의 마법은 그 작은 습관에서 시작됩니다. 의지력이 아니라 시스템의 힘을 빌리는 것이죠. 이 책이 말하는 "습관은 의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설계해서 바꾸는 것"이라는 말도 깊이있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Finance is Personal은 재테크 책이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책입니다.
대학을 앞둔 자녀에게, 커리어 전환을 고민 중인 친구에게, 그리고 은퇴 이후의 삶이 막연하게 느껴지는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숫자 이전에 사람을 먼저 보는 이 시각이 재정상담을 해온 저에게도 여전히 초심을 되새기게 합니다.
계좌를 열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그 답이 나와야, 숫자들이 비로소 의미를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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