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은퇴준비] 은퇴준비전문가가 막상 65세가 되어 깨달은 것들
재정 관련 글을 읽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이 분은 직접 겪어보셨을까?" 물론 지식과 경험은 다른 것이고, 전문가의 조언이 틀리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이론과 실전 사이에는 언제나 작은 틈이 있기 마련이지요.
최근 Kiplinger에 흥미로운 글이 실렸습니다. 20년 넘게 은퇴 관련 글을 써온 재정 작가이자 은퇴 코치인 David Conti가 올해 드디어 65세가 되었고, 그 소감을 직접 털어놓은 글이었습니다. Fidelity Investments에서 17년간 은퇴 콘텐츠를 만들고, 수많은 전문가를 인터뷰해온 그가 막상 본인이 은퇴당사자가 되고 나서야 "아, 이게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새롭게 깨달은 것들을 솔직하게 나눴습니다. 저도 읽으면서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고, 미국에서 은퇴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꼭 전해드리고 싶어 오늘 이 글을 씁니다.
그가 첫 번째로 꼽은 교훈은 단순함의 힘입니다. 지난 25년간 S&P 500 지수는 닷컴 버블 붕괴, 금융위기, 코로나 사태, 2022년 약세장을 모두 겪고도 연평균 약 10% 수익을 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복잡한 전략보다 11개 섹터에 분산된 저비용 상장지수펀드(Exchange-Traded Fund) 포트폴리오가 대부분의 경우 더 낫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가 덧붙인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하다고 해서 혼자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요. 그는 10년 넘게 같은 재정 어드바이저와 일해왔고, 한때 크게 오른 실리콘밸리 기술주를 계속 보유하고 싶었지만 어드바이저의 조언에 따라 수년에 걸쳐 조금씩 매도해 양도소득세(Capital Gains Tax)를 분산했습니다. 뒤돌아보니 그게 옳은 판단이었다고 합니다. 전문가의 눈은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봅니다.
두 번째 교훈은 위험감수성(Risk Tolerance)과 위험수용력(Risk Capacity)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위험감수성은 시장이 흔들릴 때 심리적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은퇴 후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재정적으로 실제로 버틸 수 있느냐, 즉 수용력이지요. 이것은 소득, 저축, 부채, 현금 보유량으로 결정됩니다. 그는 현재 2.99%의 낮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돈을 서둘러 갚기보다 투자하는 것이 수학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단,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나머지 재정 상태가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부채가 많으면 은퇴 후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립니다. 리스크 수용력은 집의 기초 공사와 같습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폭풍이 와도 버팁니다.
세 번째 교훈은 시장이 소란스러울 때 오히려 고요해지는 연습입니다. 그는 코로나 초기 폭락장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며칠 만에 포트폴리오가 크게 줄었고, 뉴스는 매일 재난 수준이었습니다. 그 모든 경험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 충동이 왔다고 합니다. 그는 대신 피델리티 계좌 앱을 닫았습니다. 뉴스도 껐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것, 즉 장기 계획과 6개월치 비상자금에만 집중했습니다. 몇 달 후 시장은 안정됐고, 1년 후에는 회복됐습니다. 단기 소음에 반응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만든다는 것, 비상자금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배운 경험이었습니다.
네 번째 교훈은 메디케어는 한 번 결정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수십 편의 메디케어 관련 글을 썼고, 65세가 되기 전 충분히 공부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입하고 나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공들여 고른 Martin's Point Healthcare 플랜이 몇 달 만에 뉴햄프셔 지역 서비스를 전면 철수한 것입니다. 수년간 이 플랜을 주변에 추천까지 했던 그는 다시 처음부터 비교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메디케어는 매년 연례 재검토 기간(Annual Enrollment Period)을 통해 플랜을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 유연함을 활용해야 합니다. 메디케어는 가입 후에도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하는 과제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꼽은 것은 재정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나눔입니다. 그는 20년 전 피델리티 채러터블(Fidelity Charitable)에 기부자 조언 펀드(DAF, Donor-Advised Fund)를 개설했습니다. 처음에는 세금 효율적인 기부 방법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훨씬 깊은 의미를 갖게 됐습니다. 지역 사회 단체, 친구들의 자선 활동, 봉사 단체 등을 꾸준히 지원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구조화된 기부가 오히려 더 너그러운 사람으로 만들어줬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도움을 요청할 때 즉시 응답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주는 따뜻함은 어떤 투자 수익보다도 오래 남는다고 합니다.
결국 그가 수십 년의 분석과 직접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이것입니다. 은퇴 준비는 단지 충분한 돈을 모으는 문제가 아닙니다. 단순하게 유지하고, 흔들림을 버텨낼 수 있는 기초를 만들고, 시장 소음에 반응하지 않는 평정심을 기르고, 제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그리고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것. 이 모든 것이 모여 진짜 노후의 질을 결정한다고요.
이론으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은 다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행히도 먼저 걸어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늘 이 글이 여러분의 은퇴 준비에 작은 나침반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글은 교육 목적의 일반적인 정보를 담고 있으며, 개인의 재정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결정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
은퇴준비도 personalized and customized 임이 분명합니다. 모든 사람의 상황이나 사정 그리고 성향이 다르기때문이겠지요. 채러티에 관해서는 알지 못했던 부분이라서 신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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