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건강] 하버드가 밝힌 노화를 늦추는 3가지 열쇠


이달 초,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원(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에서 흥미로운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제목은 "Aging Reframed: Bridging Disciplines for Healthy Aging(노화 재정의: 건강한 노화를 위한 학제간 연결)"이었습니다. 분자생물학, 영양학, 사회과학, 전혀 달라 보이는 세 분야의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같은 질문을 붙들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리는 더 건강하게 늙을 수 있을까?" 하고요.

세미나를 소개한 Jorge Chavarro 학술담당 학장은 이 자리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각자의 전문 분야에 머무는 것을 넘어, 함께 무언가 더 큰 것을 만들어가는 기회"라고요. 저는 이 말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노화라는 문제는 어느 한 분야의 답만으로는 풀리지 않으니까요. 그날 발표내용을 소개한 기사를 바탕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 세포 수준에서 노화를 들여다보다

분자대사학(Molecular Metabolism) 교수인 William Mair 박사는 아주 작은 생물을 연구합니다. 바로 예쁜꼬마선충(nematode worm, *C. elegans*)이라는 실험용 벌레인데요, 수명이 딱 2주밖에 되지 않지만 인간과 유사한 유전자 구조를 갖고 있어 노화 연구에 매우 유용하게 쓰입니다. Mair 박사 연구팀은 이 선충에게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이나 칼로리 제한(calorie restriction)의 효과를 흉내 내는 약물을 투여하며, 노화의 속도가 달라지는지를 관찰해 왔습니다.

그의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대사 유연성(metabolic flexibility)입니다. 이는 식사 후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쓰다가, 공복 상태가 되면 지방을 연료로 전환하는 신체의 능력을 말합니다. 젊을 때는 이 전환이 매끄럽게 이루어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Mair 박사는 "이 두 상태 사이를 오가지 못하는 것이 노화 관련 질환의 근본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합니다.

연구팀이 식이 조절을 통해 얻어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선충의 수명을 2주에서 무려 10주로 늘리는 데 성공했고, 그 늘어난 시간의 대부분 동안 선충은 젊은 상태의 대사 유연성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물론 선충의 결과가 곧바로 인간에게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노화 과정 자체를 표적으로 삼는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 14시간 공복이 만드는 변화

Mair 박사와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인 영양학 부교수 Courtney Peterson 박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clinical trial)을 전문으로 합니다. 그녀의 연구실에서는 칼로리 제한(calorie restriction)과 시간제한 식이(time-restricted eating, TRE)라는 두 가지 식이 방식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TRE는 하루 중 최소 14시간을 공복으로 유지하는 간헐적 단식 방식으로, 쉽게 말하면 저녁 7시에 마지막 식사를 했다면 다음 날 오전 9시 이후에 아침을 먹는 방식입니다.

Peterson 박사 연구팀과 미국 내 여러 연구소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간헐적 단식이 심장대사 건강(cardiometabolic health)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에 대한 상당한 근거가 쌓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이렇습니다:

  • 체중 감소 - 6~12개월 간 약 5~7% 체중 감량 효과. GLP-1 계열 약물(위고비, 오젬픽 등)에 비하면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상당히 일관된 중간 수준의 효과"라고 Peterson 박사는 평가합니다.
  • 혈압 개선 - 간헐적 단식과 혈압 수치 개선 간의 유의미한 연관성이 확인되었습니다.
  • 혈당 조절 - 공복혈당 및 인슐린 민감성 개선 효과가 보고되었습니다.
  • 대사 유연성 향상 -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능력, 즉 "대사 스위치(metabolic switch)"가 활성화된다고 Peterson 박사는 설명합니다.

Peterson 박사는 현재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 NIA)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미국 전역의 여러 기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다기관 임상시험을 계획 중입니다.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칼로리 제한과 8시간 TRE(하루 8시간 안에만 식사)가 노화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5년에 걸쳐 추적하는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시도된 것 중 가장 장기적인 영양 중재 연구가 될 전망입니다.

세 번째 - 외로움은 심장을 늙게 만든다

사회·행동과학 교수인 Laura Kubzansky 박사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노화를 바라봅니다. 그녀의 연구 주제는 사회적 환경이 우리의 생물학적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입니다.

그녀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숫자가 꽤 선명하게 말을 합니다:

  • 외로움과 심장 질환 (2009년 연구) - 외로움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심장 질환 위험이 무려 76%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심리적 고통과 심혈관 건강 (2021년 미국심장협회 과학 성명서) - 우울, 불안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심리적 고통이 심혈관 질환과 연관된다는 근거를 정리한 공식 성명서로, Kubzansky 박사가 공동 저자로 참여했습니다.
  • 사회적 통합과 수명 (2020년 연구) - 사회적으로 더 잘 연결된 사람일수록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 친사회적 행동과 만성 통증 (2023년 연구) - 봉사, 이타적 행동 등 타인을 위한 행동을 많이 하는 노인일수록 만성 통증 수준이 낮다는 연관성이 발견되었습니다.
  • 친사회성을 공중보건 우선순위로 (2023년 논평 - 이타심, 협력, 공감 등의 행동(prosociality)을 공중보건 정책의 핵심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논평에도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Kubzansky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언젠가는 노화를 늦추는 새로운 치료제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건강한 노화를 이끄는 요인들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을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세 연구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한 가지 공통된 메시지를 발견했습니다. 건강하게 늙는 것은 먼 미래의 의학이 해결해 줄 문제가 아니라, 오늘 저녁 몇 시에 마지막 식사를 하느냐,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을 하느냐, 주말에 자원봉사에 나가느냐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은퇴 준비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돈 이야기를 먼저 합니다. 401(k), IRA,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하버드 연구자들이 한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재정만큼이나 몸과 관계에 투자하는 것이 진짜 은퇴 준비라는 사실입니다. 건강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아무리 든든한 노후 자금도 그 가치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우니까요.

오늘 저녁, 조금 일찍 저녁 식사를 마쳐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오랫동안 보지 못한 분께 짧은 안부 메시지를 보내보시는 것도요.

*이 글은 세미나 내용과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교육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나 식이 방식 변경에 관한 구체적인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사 또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1. 일상생활에서 하루하루의 소중함과 꾸준함, 자기성찰의 중요성을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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