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은퇴준비] 은퇴후의 새로운 선택지 , 한국으로의 역이민
얼마 전 Business Insider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미국에서 약사로 일하다 50세에 조기 은퇴를 한 여성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녀가 선택한 은퇴지는 멕시코의 작은 호숫가 마을, 아히힉(Ajijic). 아름다운 날씨와 저렴한 물가에 끌려 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꾸렸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성수기 임대 시장에서 집을 급히 계약했다가 소음과 가스 누출로 계약을 파기하고 선납한 집세의 일부만 돌려받았습니다. 달러와 페소의 환율이 불과 6개월 만에 불리하게 움직이면서 꼼꼼하게 세웠던 예산 계획이 흔들렸고, 스페인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물건을 살 때마다 더 비싼 값을 치르는 이른바 "그링고 세금(Gringo Tax)"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녀는 그 첫 해를 "더 많이 쓰고, 덜 자고, 빠르게 배운 훈련의 시간"이었다고 돌아봤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물가가 버거워 해외 은퇴를 꿈꾸는 것은 한인 시니어 분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낯선 나라로 가야 할까요? 언어도 통하고, 음식도 익숙하고, 의료 시스템도 탄탄한 곳이 이미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한국으로의 역이민을 생각하십니다.
미국에서의 은퇴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는 것은 이미 많은 분들이 피부로 느끼고 계실 겁니다. 소셜시큐리티 수령액만으로 미국의 주거비와 의료비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회보장국 통계에 따르면 현재 46만 명이 넘는 미국 은퇴자들이 이미 해외에서 연금을 수령하며 살고 있고, 그 숫자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비단 모험을 즐기는 소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재정 계산 끝에 내린 결론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한인 시니어에게 어떤 은퇴지일까요? 멕시코로 떠난 약사가 첫 해에 겪은 어려움들을 하나씩 떠올려보면 답이 보입니다. 언어 장벽? 한국어는 모국어입니다. 문화 충격? 오히려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의 편안함이 있습니다. 의료 접근성? 한국의 국민건강보험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으로, 미국에서 감당하기 벅찬 의료비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은 또 어떻습니까.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지하철과 버스만으로 어디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어, 차 없이도 활동적인 노후를 보내는 데 불편함이 없습니다. 멕시코 약사가 버스 노선을 몰라 비싼 택시를 타야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입니다.
물론 역이민이 장밋빛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짚어봐야 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 건강보험 자격-한국 국민건강보험은 국내 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가입이 가능합니다. 장기 거주를 계획하면 입국 초기에 건강보험 가입 요건과 보험료 산정 방식을 미리 확인해 두셔야 합니다.
- 미국 세금 신고 의무-해외에 거주하더라도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매년 미국에 세금 신고(Tax Return)를 해야 합니다. 또한 해외 금융계좌 보고(FBAR, Foreign Bank Account Report) 의무도 있으므로 반드시 미국 세금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
- 환율 리스크-달러로 받는 연금이나 투자 수익을 원화로 환전할 때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습니다. 멕시코 약사가 페소 환율 변동으로 예산이 흔들렸던 것처럼, 달러-원화 환율도 생활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유리한 시점에 분할 환전하는 방법을 미리 익혀두시면 도움이 됩니다.
- 달라진 한국 사회-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몇주간 방문하는 한국과는 달리 살기위해 수십 년 만에 돌아가는 한국은 기억 속의 한국과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빠르게 변한 디지털 환경, 물가 수준, 사람들과의 관계, 사회적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역이민은 도피가 아닙니다. 제대로 준비한다면 미국에서의 은퇴보다 훨씬 풍요로운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멕시코 약사의 경험이 가르쳐주듯, 낭만만 품고 훌쩍 떠나는 것은 금물입니다. 먼저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장기 체류를 통해 실제 생활 감각을 익혀보시기를 권합니다. 동네 병원, 시장, 대중교통, 이웃과의 관계. 이런 일상의 결들을 직접 경험해보고 나서 결정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고국의 새벽 공기를 마시며 동네 산책을 하고, 오래된 친구와 한식을 나누고, 오랫동안 보지못한 가족,친구들을 가까이서 찾을 수 있는 노후. 어쩌면 그것이 수십 년 미국 생활 끝에 우리가 진짜 꿈꿔온 은퇴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이 글은 교육 목적의 일반적인 정보를 담고 있으며, 개인의 재정 및 세금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
은퇴 자체도 새로운 도전적인 경험이고 전에 언급하셨던 은퇴 자체가 이민과 같은 효과라고 쓰셨던 글이 생각납니다. 새로운 나라에 가서 모든 것을 셋업하고 시작하는 것이겠지요. 역이민도 역시 이민입니다. 역이민을 꿈꿨던적이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있어 몇년간 3-5개월씩 한국에 가 있었습니다. 그 때 결심한바 역이민은 포기했습니다. 다니는 것으로 만족하기로요. 한 마디로 내가 생각하던 생활을 하는것과 간극이 컸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의료보험을 받는다한들 긴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 간병인이 필요하다면 비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꼭 3-6개월 가능하면 1년을 살면서 사계절을 지내고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결혼과 비슷한 점이 많은데 그만큼이나 큰 결정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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