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보스턴] 우리 동네에 월드컵이 왔습니다 — 질레트 스타디움의 뜨거운 여름
사실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월드컵이라는 건 늘 TV 화면 너머 어딘가 먼 나라 이야기였으니까요. 브라질의 열기, 러시아의 대지, 카타르의 사막 — 지구 반대편에서 펼쳐지던 그 축제가, 올해는 바로 우리가 사는 이 보스턴 땅에 왔습니다. 마침내 실감이 나기 시작한 건, 뉴스에서 "질레트 스타디움(Gillette Stadium)이 이번 대회 기간 동안 보스턴 스타디움(Boston Stadium)으로 불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습니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홈구장이, 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 무대가 된다는 것이지요.
2026 FIFA 월드컵은 여러 면에서 역사책에 남을 대회입니다. 96년의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48개 팀이 참가하고, 미국·캐나다·멕시코 세 나라에 걸쳐 16개 도시에서 동시에 펼쳐집니다. 그 16개 도시 중 하나가 바로 보스턴이지요. 보스턴은 6월 13일부터 7월 9일까지 총 7경기를 개최하는데, 조별리그 5경기에 이어 32강 1경기, 그리고 8강전까지 치르게 됩니다. 단순한 들러리가 아닙니다. 세계 최강팀들이 우승을 향해 진검승부를 펼치는 토너먼트의 핵심 무대인 것입니다.
경기 일정을 보면 더욱 설렙니다. 조별리그에서는 세계 랭킹 3위 프랑스와 4위 잉글랜드가 질레트 스타디움을 찾습니다. 6월 23일에는 잉글랜드와 가나의 대결, 6월 26일에는 노르웨이와 프랑스의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노르웨이의 홀란드,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이자 손흥민의 단짝이었던 영국의 케인, 스페인리그 득점왕 프랑스의 음바페를 비롯한 세계 정상선수들의 경기를 가까이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지 않으십니까? 경기장에 가지 못하더라도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보스턴 시청 앞 광장(City Hall Plaza)에서는 무료 FIFA 팬 페스티벌이 무려 16일간 열려,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함께 보고 음식과 공연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보스턴 전체가 하나의 축제 공간이 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두 이름이 있습니다.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세. 두 사람은 각각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의 주장으로 이번 대회에 6번째로 나섭니다. 지난 20여 년간 세계 축구를 양분해 온 두 전설이,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41세의 나이에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는 호날두를 보고 있노라면, 박수보다 먼저 뭉클함이 올라옵니다. 세월이 그만큼 흘렀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의 뒷모습이기도 하니까요.
반면 이번 대회에는 이제 막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18세의 슈퍼스타도 있습니다. 바로 스페인의 18세 신성, 라민 야말(Lamine Yamal)입니다. 노장의 황혼과 신예의 여명이 같은 잔디 위에서 교차하는 장면, 이것이 바로 월드컵만이 줄 수 있는 감동입니다. 축구를 잘 모르셔도 괜찮습니다. 그냥 그 드라마를 느끼시면 됩니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축제이지만, 이렇게 우리 곁에 온 건 어쩌면 평생에 단 한 번일지 모릅니다. 보스턴의 여름이 이토록 뜨거웠던 적이 있었던가요? 경기장을 찾으시든, 시청 광장에서 함께 응원하시든, 혹은 집에서 TV 앞에 앉으시든, 이 특별한 여름의 한 페이지를 꼭 함께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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