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건강]하버드 법대 교수가 말하는 '식품 기업이 숨기는 진실’

 

미국에 살면서 마트에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화려한 포장지와 먹음직스러운 사진들, 그리고 '천연(All-natural)'이나 '건강(Healthy)'이라고 적힌 문구들이 우리를 유혹하죠. 그런데 혹시 예전 담배 회사들이 자신들의 제품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중독성을 높이고, 그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겼던 역사를 기억하시나요?

놀랍게도 많은 전문가가 지금 우리가 먹는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 UPF)'이 과거의 담배문제와 매우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오늘은 Harvard Law News에 소개된 법학전문대학원 Emily Broad Leib 교수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아주 흥미롭고 중요한 소송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식탁과 노후 자산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시 검사장인 David Chiu는 Kraft Heinz, Kellogg, Coca-Cola 같은 거대 식품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개인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초가공식품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소송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음식이 나쁘다"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 기업들이 이 음식이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소비자를 속였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Leib 교수는 이 소송이 '공공 불법방해(Public Nuisance)'라는 법리를 적용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이는 과거 담배나 오피오이드(Opioid) 소송에서 사용되었던 논리입니다. 즉, 식품 기업들이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고, 이로 인해 주 정부가 막대한 의료비를 지출하게 만든 '공공의 해악'을 끼쳤다는 것이죠. 미국 정부도 심각성을 깨닫고 최근의 식단 가이드라인을 통해 초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기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저의 이전 블로그글 "29.[건강]뒤집힌 식품 피라미드 - 미 정부의 새로운 식단 가이드라인이 던지는 충격과 시사점"을 통해 자세히 설명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초가공식품이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Leib 교수는 "우리가 요리할 때 쓰지 않는 재료와 방법으로 만든 음식"이라고 정의합니다. 맛과 색을 내기 위한 인공 첨가물, 식감을 좋게 만드는 각종 화학물질이 범벅된 음식들이죠. 문제는 이런 음식들이 제2형 당뇨, 비만, 암, 그리고 신경계 문제까지 유발한다는 증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미 식품의약국(FDA)의 규제는 너무나 느슨합니다. FDA는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Generally Recognized as Safe, GRAS)' 물질이라는 이유로, 기업들이 새로운 첨가물을 넣을 때 신고조차 하지 않게 놔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그 '안전'은 장기간 섭취했을 때의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일 수 있습니다.

저는 재정 전문가로서, 그리고 여러분의 이웃으로서 이 문제를 단순히 사회 이슈로만 보지 않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노후 준비'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우리가 은퇴 후를 위해 열심히 401(k)나 IRA에 저축하고 투자를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모아도, 은퇴 후에 만성 질환으로 병원비를 지출해야 한다면 그 자산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그리고 여유로운 은퇴생활은 병원약속때문에 시간을 다 빼앗기게 됩니다. 초가공식품은 당장은 저렴하고 간편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몸에 막대한 '부채'를 남기는 셈입니다.

Leib 교수의 지적처럼, 빵 한 조각을 사더라도 꼼꼼한 지식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마트에서 성분표를 뒤집어 보는 그 1분은, 어쩌면 주식 차트를 분석하는 1시간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줄지도 모릅니다.

이번 소송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소송 덕분에 우리는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업이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먼저 똑똑해져야 합니다.

오늘 가족을 위해 장을 보실 때 포장지 뒤편의 낯선 성분 이름들을 한번 들여다보세요. 집에서 쓰지 않는 재료가 들어 있다면 잠시 내려놓는 용기, 그것이 바로 건강하고 풍요로운 노후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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