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요리] 왜 미국인들은 수퍼볼 날 닭날개를 먹을까? 버팔로 윙에 숨겨진 재미있는 역사

 

오늘 드디어 제60회 수퍼볼(Super Bowl LX)의 막이 오릅니다. 올해는 우리 지역팀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Patriots)가 시애틀 시호크스와 맞붙게 되어 보스턴의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11년 전 그 전설적인 경기(Super Bowl XLIX)의 리매치라니, 벌써 심장이 뛰지 않나요?

오늘 저녁, 거실에 모여 TV를 켤 때 우리 손에 반드시 들려 있어야 할 것, 바로 버팔로 윙(Buffalo Wings)입니다. 수퍼볼과 버팔로 윙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짝이 되었는데요. 도대체 이 맵고 시큼한 닭날개가 어떻게 미국인의 영혼을 사로잡았는지, 그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버팔로 윙의 시작은 1964년, 뉴욕주 버팔로에 위치한 '앵커 바(Anchor Bar)'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만 해도 닭날개는 육수를 내거나 그냥 버려지는 부위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주인 Teressa Bellissimo가 배고픈 아들과 친구들을 위해 이 닭날개를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내 핫소스와 버터를 섞은 소스에 버무려 내놓았죠. 재미있는 사실은 이 조합이 철저한 계산이 아닌 '주방에 있던 것'들의 조합이었다는 점입니다. 버팔로 윙 소스의 핵심인 카이엔 페퍼(Cayenne Pepper)의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시원한 수분감을 가진 샐러리와 차갑고 부드러운 블루치즈를 선택한 것이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아들과 친구들은 그 맛에 열광했고, 다음 날 테레사는 이 메뉴를 정식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핫소스는 녹인 버터와 식초, 카이엔페퍼, 마늘가루,케첩등으로 만들어 매콤, 새콤한 맛이 납니다. 제가 처음으로 먹어 보았을때는 일단 튀김옷이 없어 크기가 작아 실망이었고 한입 먹었을때 시큼하고 맵고 또 너무 짜서 한번 더 실망이었던 기억입니다. 하지만 다음에 크리미한 블루치즈에 찍어 먹으니 또 다른 맛이었고 짭조롬하고 새콤한 맛이 맥주를 부르는 훌륭한 술안주 였습니다. 한국에서 설탕이 듬뿍들어간 소스에 익숙하다가 설탕이 빠지고 시큼한맛의 소스는 적응에 좀 시간이 걸린것 같네요.

버팔로 윙이 전국구 음식이 된 데에는 수퍼볼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습니다. 1990년대 초, 버팔로 빌스(Buffalo Bills) 팀이 4회 연속 수퍼볼에 진출하면서 전 국민의 시선이 '버팔로'에 꽂혔고, 이때 Domino's나Pizza Hut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윙을 메뉴에 추가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이제 수퍼볼 주간에 소비되는 닭날개 양은 매년 경이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작년 통계에 따르면 무려 14억 5천만 개의 윙이 팔려나갔다고 하니, 닭날개를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몇 바퀴나 돌 수 있는 엄청난 양이죠.

올해는 라틴 팝의 제왕 Bad Bunny가 하프타임 쇼의 주인공으로 나섭니다. 화려한 쇼와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제대로 즐기려면 윙을 먹는 기술도 중요하죠. 닭날개 부분의 양끝 뼈를 잡고 살짝 비틀어 당기면 뼈만 쏙 빠지는 것, 알고 계셨나요? 이렇게 뼈를 제거한 뒤 살코기만 블루치즈나 랜치 드레싱에 푹 찍어 먹으면, 흐름을 끊지 않고 경기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한 손엔 윙, 한 손엔 맥주. 이것이야말로 미국 수퍼볼 선데이를 즐기는 가장 정석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승부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오늘만큼은 이 시끌벅적하고 맛있는 축제 자체를 만끽해 보시길 바랍니다. 지글지글 튀겨낸 바삭한 윙과 코끝을 찌르는 핫소스의 향기, 그리고 터치다운 순간의 환호성까지. 여러분은 어떤 맛의 윙을 준비하실 건가요? 클래식한 버팔로 소스인가요, 아니면 한국식 마늘 간장 소스인가요? 무엇이든 좋습니다. 여러분 모두 맛있는 수퍼볼 선데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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