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은퇴준비] 장항준 감독의 연금 철학으로 풀어본, 미국 은퇴 준비의 3층 탑 - 80세의 나에게 주는 매달의 용돈

장항준이 말하는 연금보험, 50년 후 나에게 주는 용돈 (광고 아님 주의)

우연히 장항준 감독님의 짧은 영상을 하나 보았습니다. 특유의 입담으로 연금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었는데, 듣다가 저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80세가 되어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는 할머니가 버스 정류장에 할 일 없이 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웬 여자가 다가와 묻습니다. "할머니, 여기서 뭐 하세요? 제가 매달 말일 날 버스 정류장에 계시면 용돈을 드릴게요." 깜짝 놀라 누군지 묻자, 여성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50년 전의 할머니가 바로 저예요."

늙고 병든 나에게 50년 전의 내가 잊지 않고 매달 따박따박 용돈을 챙겨주는 것. 그것이 바로 연금의 진짜 얼굴이라는 장항준 감독의 말은 참으로 유쾌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미국에서 치열하게 살다 보면, 당장의 생활과 아이들 교육에 치여 정작 나의 노후는 뒷전이 되기 일쑤입니다. 먼 미래의 보상보다 눈앞의 작은 보상을 더 크게 느끼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지요. 이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의 나'를 남이 아닌, 내가 가장 아끼고 돌봐주어야 할 절친한 친구로 상상하는 것입니다.* 미래의 자식들에게 맞길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소중한 친구에게 매달 든든한 용돈을 보내기 위해, 우리는 미국에서 어떤 편지 봉투를 준비해야 할까요?  매달 따박따박 긴 용돈이 들어오는 여유로운 노후를 위한 3단계 연금 준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단계-국가가 깔아주는 기초 공사, 소셜 시큐리티 (Social Security)

가장 기본이 되는 첫 번째 단계는 미국 정부가 보장하는 은퇴 연금인 소셜 시큐리티입니다. 우리가 젊은 시절 땀 흘려 일하며 성실하게 납부한 세금의 결과물이지요. 10년이상 소셜시큐리티 세금을 내신분들과 그 배우자가 대상이 됩니다. 내 급여의 6.2%가 자동입금되고 고용주도 6.2%를 납입하면서 총 12.4%가 내 이름으로 적립됩니다. 그리고 최고수익 35년의 데이터로 매달 수령하는 금액이 정해집니다. 하지만 소셜 시큐리티는 말 그대로 최소한의 안전망입니다. 은퇴 후에도 건강한 식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하고, 가끔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며 관계를 이어가기에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노후의 인간관계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안정감과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소셜 시큐리티는 은퇴 자금의 밑바탕으로 삼되, 그 위에 우리만의 집을 지어야 합니다.

2단계-직장 생활의 결실, 은퇴 플랜 (Pension Plan, 401(K) 403(B)등)

두 번째 단계는 직장을 통해 준비하는 펜션 플랜, 즉 기업 연금입니다. 과거에는 은퇴 후 사망할 때까지 회사에서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전통적인 형태의 Pension(Defined Benefit Plan)이 많았지만, 요즘은 일부 정부기관에만 남아있고 개인이 직접 투자하고 관리하는 401(k)나 403(b) 같은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 Plan) 으로 많이 대체되었습니다.

형태가 무엇이든, 이 두 번째 단계는 우리가 인생의 황금기를 바쳐 일한 직장 생활의 결실입니다. 특히 회사가 내 적립금에 일정 비율을 더해주는 매칭(Matching) 제도가 있다면, 이는 반드시 챙겨야 할 무료 혜택입니다. 이 자금은 훗날 80세의 내가 버스 정류장이 아닌, 햇살 좋은 나의 주방이나 정원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기둥이 됩니다.

3단계-내가 직접 만드는 평생 월급, 어뉴이티 (Annuity)

마지막 3단계는 개인이 직접 준비하는 개인 연금, 즉 어뉴이티입니다. 앞선 두 단계만으로 부족한 틈을 완벽하게 메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의학의 발달로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살게 될 것입니다. 이를 재정학에서는 장수 위험(Longevity Risk)이라고 부릅니다. 가진 돈보다 내 수명이 더 길어질 때의 두려움은 상상 이상으로 큽니다. 어뉴이티는 바로 이 두려움을 없애주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시장 상황이 아무리 요동쳐도, 내가 살아있는 한 평생토록 일정한 금액이 지급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 걱정 없이 건강 관리에 집중하고,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며, 주변 사람들과 넉넉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짜 자유는 바로 이 세 번째 단계에서 완성됩니다.

장항준 감독의 재치 있는 비유처럼, 연금은 단순한 금융 상품이 아닙니다. 그것은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가장 다정한 러브레터이자, 평생 변치 않을 나와의 우정입니다.

소셜 시큐리티로 기초를 다지고, 펜션 및 은퇴플랜으로 기둥을 세운 뒤, 어뉴이티로 튼튼한 지붕을 덮어보세요. 이 3단계의 든든한 집이 완성된다면, 30년 후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을 당신의 입가에는 분명 따뜻한 미소가 번질 것입니다.

오늘 마실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좋지만, 훗날의 나를 위해 작은 정성을 먼저 떼어놓는 지혜를 발휘해 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가시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 '미래의 나'를 남이 아닌, 내가 가장 아끼고 돌봐주어야 할 절친한 친구로 상상하는 방법중 하나를 지난 블로그글 33.[동기부여]뇌가 저지르는 가장 비싼 실수 - 30년뒤의 나도 당신입니다. 그 친구 굶기지 맙시다.에 소개해 드렸습니다. 참고하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