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은퇴준비]3편, 모아둔 자산 없이 오직 소셜시큐리티만으로 은퇴한다면 어떤 삶이 펼쳐질까?

 

은퇴 자금으로 몇 밀리언달러를 모아놓은 쌓아둔 사람들의 화려한 노후 스토리 속에서, WSJ에 소개된, 평생 모아둔 자산 없이 오직 소셜시큐리티에만 의존해 은퇴 생활을 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하며 이들의 담담한 고백은 우리에게 은퇴의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돈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인간관계, 삶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지혜로운 재정 솔루션으로 이어지는 실제 삶의 모습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77세의 Joyce할머니 이야기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평생 리테일 매장과 고객 상담원으로 일하며 월 수입이 $2,500 남짓이었던 그녀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집을 처분하고 저소득층 시니어 주택으로 이사해야 했습니다.

처음 그녀를 덮친 것은 경제적인 불안감보다 더 무서운 외로’과 불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이스 할머니는 매일 아침 9시, 지역 시니어 센터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1짜리 옥수수 머핀과 무료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점심에는 $1를 기부하고 맛있는 바비큐 립을 먹습니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 있는 많은 사람이 이제 저에게는 또 다른 확장된 가족 같아요."

미국에서 은퇴 준비를 할 때 우리는 늘 401(k)나 개인은퇴계좌(IRA)의 숫자에만 집착하곤 합니다. 하지만 은퇴 후 찾아오는 가장 큰 변화는 매일 출근하던 직장과 사회적 관계망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월 $1,800의 연금으로 살아가는 조이스 할머니가 행복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매일 따뜻하게 나를 맞아주는 ‘관계의 인프라’를 재건했기 때문입니다.

은퇴 준비란 단순히 통장 잔고를 늘리는 과정이 아닙니다. 노후에 내가 외롭지 않게 커뮤니티 속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에 대한 ‘관계의 포트폴리오’를 짜는 일이기도 합니다.

70세의 Eric 씨는 평생 주방을 떠나지 않았던 베테랑 요리사였습니다. 주 6~7일, 하루 12시간씩 일하며 전성기에는 주당 $2,000를 벌었지만, 7년 전 갑작스러운 심장 질환으로 칼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저축은 전혀 없었고, 그에게 남은 것은 월 $1,400의 소셜시큐리티뿐이었습니다.

준비 없는 은퇴를 맞이한 에릭 씨가 선택한 솔루션은 무엇이었을까요? 평생 해본 적 없던 ‘가계부 쓰기’였습니다. 그는 이제 스프레드시트에 자신의 모든 지출을 종교처럼 엄격하게 기록합니다. 부채를 모두 청산하고 철저한 예산 안에서 살아가는 그는 고백합니다.  "예전보다 스트레스가 훨씬 줄었습니다."

그는 여동생 집의 지하실을 빌려 살며, 예산이 남는 달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닭고기와 채소를 더 사서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요리합니다. 비록 화려한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는 아닐지라도, 여전히 자신의 재능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기쁨을 나누며 삶의 존엄성을 지키고 있습니다.

또 다른 주인공인 73세의 Kathy는 영유아 시절 소아마비를 앓았던 전직 사회복지사입니다. 월 $1,040라는 가장 적은 연금을 받으면서도 그녀의 삶이 풍요로운 이유는 세상에 도움을 청하는 당당함과 이웃과의 연결 덕분입니다. 그녀는 고령자 자립을 돕는 지역 노인협회의 프로그램과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플랜을 완벽하게 활용하여 휠체어 정비와 식료품 보조를 받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휠체어 리프트가 달린 밴을 이용해 이웃의 이사를 돕고, 자신의 테라스로 이웃들을 초대해 함께 노래 부르고 음식을 나눕니다. 서로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그 시간이 그녀를 살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마지막 주인공인 63세의 Barbara씨는 스스로를 유목민(nomad)이라 부릅니다. 전 남편과 전 세계를 여행하느라 뒤늦게 저축을 시작한 그녀는 은퇴 계좌에 $151,000, 일반 주식 계좌에 $22,000를 모았습니다.

그녀는 62세가 되던 해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테슬라 자동차 한 대만 남긴 채 모든 살림살이를 처분했습니다. 현재 월 $1,970의 연금을 받으며 은퇴 계좌에서 매달 $800씩 인출해 여행을 다닙니다. 최근에는 주식 계좌 잔고의 절반을 털어 남극과 갈라파고스를 도는 50일간의 남미 크루즈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번 여행으로 연금 예산은 완전히 깨지겠지만, 인생은 한 번뿐이라며 웃어 보입니다.

바바라의 활기찬 삶은 부러움을 자아내지만, 재정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와 같습니다. 62세에 연금을 조기 신청하는 바람에 평생 받을 수 있는 월 수령액이 대폭 삭감되었고, 60대 초반에 은퇴 자산을 너무 빠르게 고갈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녀가 80대, 90대까지 장수하게 된다면 향후 늘어날 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기사에 나온 이들은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저마다의 행복을 찾았지만, 냉정한 현실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Boston College의 은퇴연구센터(Center for Retirement Research)에 따르면, 과거 1980년대에는 사회보장연금이 은퇴 전 소득의 약 50%를 대체해 주었지만, 현재는 그 비율이 4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고소득의 은퇴자들에게는 30%이하로 떨어집니다. 평균 수령액인 월 $1,900선으로는 치솟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렌트비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기사 속 주인공들은 운이 좋게도 정부 보조 프로그램이나 가족의 도움, 유산 등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노후를 오직 '운'과 '낙관주의'에만 맡길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나이가 들수록 가장 제어하기 힘든 지출이 바로 의료비입니다. 에릭 씨는 병원의 자선 프로그램 덕분에 10만 달러의 의료비 면제 혜택을 받았고, Kathy 씨는 메디케어 어드밴티지플랜을 통해 매달 157달러의 식료품 및 상비약 보조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 의료 시스템은 복잡하지만, 내가 받을 수 있는 정부 혜택과 저소득층 보조제도를 미리 공부하고 설계해 두는 것만으로도 노후의 파산을 막을 수 있습니다.

WSJ이 소개한 이 네 명의 은퇴자들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수백만 달러의 자산이 없더라도 예산을 철저히 통제하는 지혜, 이웃과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관계의 풍요로움, 그리고 주어진 환경 안에서 삶을 즐기는 긍정적인 태도가 있다면 노후는 결코 비참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재정 전문가로서 제가 늘 강조하는 지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은퇴 후 자산의 크기를 갑자기 키울 수는 없지만, 들어오는 수입의 흐름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예산을 관리하는 통제력을 갖춘다면, 삶의 만족도는 얼마든지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인 노후는 이러한 '정신적 풍요'에 '안정적인 재정적 기반'이 더해질 때 완성됩니다. 지금 내가 부지런히 붓고 있는 401(k)나 IRA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노후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음 편히 나누게 해주는 '자유의 티켓'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1. 통제라는 말이 평소에는 강압적으로 들렸지만 이런 경우에는 간절함으로 느껴지네요.
    Out of control 한국말로 저에게는 엉망진창으로 해석이 되고 under control은 안정과 평온함으로 다가오니까요. 저의 은퇴와 노년도 안정과 평온이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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