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은퇴준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시장이 멈출 때, 당신의 노후 자금은 안전한가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Netflix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보셨다면 그 장면이 아직도 기억나실 겁니다. 술래가 뒤돌아서 문장을 외치면 앞으로 달리고, 술래가 돌아볼때는 그 자리에서 얼음처럼 멈춰야 합니다. 움직이면 탈락입니다. 단순한 규칙이지만, 막상 그 순간이 오면 본능적으로 달리고 싶어집니다. 멈춰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주식 시장이 꼭 그렇습니다. 오르는 동안에는 모두가 달립니다. 신이 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시장이 멈춥니다. 아니, 거꾸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그랬고, 2020년 코로나 폭락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런 날은 또 반드시 옵니다. 그 순간, 당신의 노후 자금은 어디에 서 있나요?

은퇴 전과 후는 같은 게임이 아닙니다. 30대, 40대에 시장이 30% 폭락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물론 아픕니다. 하지만 시간이 있습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기회가 있고, 오히려 싼 값에 더 사둘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내 편인 게임입니다.

그런데 은퇴 후에는 규칙이 바뀝니다. 같은 30% 폭락이라도, 매달 생활비를 꺼내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손실이 난 계좌에서 돈을 꺼내 쓰면, 회복할 몫까지 함께 사라집니다. 재정 전문가들이 "수익률 순서 위험(Sequence of Return Risk)"이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은퇴 초반에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 이후에 시장이 아무리 회복해도 포트폴리오가 예전 수준을 되찾기 어렵습니다. 같은 폭락이지만, 은퇴 후엔 훨씬 더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먼저 탈락한 참가자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규칙을 무시하고 본능대로 달렸다는 것입니다. 은퇴 포트폴리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오를 거야"라며 전 재산을 주식에만 넣어두는 것은, 빨간 불에도 달리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굳어 있어도 탈락합니다. 현금만 쥐고 있으면 인플레이션이 조용히 내 돈의 가치를 갉아먹습니다. 최근 몇 년간 물가가 얼마나 뛰었는지 직접 느끼셨을 겁니다. 마트 장바구니 하나, 식당 밥 한 끼가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는 것도 지는 게임입니다.

그렇다면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정 전문가 Michael Schwartz 는 Kiplinger의 기고문을 통해 은퇴 포트폴리오를 칼과 방패로 설명합니다. 공격용 칼과 방어용 방패, 둘 다 손에 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칼 - 성장 자산(공격)

-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처럼 위험이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자산

- 인플레이션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수단

- 은퇴 후에도 10~20년은 쓰지 않아도 될 장기 자금으로 운용

- 일반적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30~40% 수준 권장 (개인 상황에 따라 다름)

  • 방패 - 안전 자산(방어)

- 머니마켓(MMF) 양도성 예금증서(CD), 고정 지수 연금(Fixed Index Annuity), 버퍼 상장지수펀드(Buffered ETF), 구조화 상품(Structured Note) 등

- 큰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시장이 폭락해도 원금을 크게 잃지 않는 안전장치

- 단기 생활비와 비상자금은 여기서 충당

- 나머지는 중기 지출을 대비한 채권등 안전한 곳에 보관

칼만 들고 싸우면 무모합니다. 방패만 들고 있으면 전진할 수 없습니다. 오징어 게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매 라운드 신중하게 상황을 읽고 움직였듯이, 은퇴 포트폴리오도 공격과 방어의 균형 속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이 가장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혼자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팀을 이뤄도 배신이 있었지만, 그래도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보다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있을 때 더 오래 버텼습니다.

은퇴 준비도 혼자 하지 마십시오. 매년 한 번씩 내 자산 배분(Asset Allocation)이 처음 계획과 달라지지 않았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주식이 많이 올랐다면 비중이 너무 높아졌을 수 있고, 반대로 폭락 후에는 안전 자산 비중이 지나치게 커졌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재조정(Rebalancing)을 혼자 감정 없이 판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내 돈이 걸려 있으면 누구나 흔들리게 마련이니까요.

믿을 수 있는 재정 전문가와 함께라면, 시장이 멈추는 날에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 언제 움직여야 하는지를 나의 상황에 맞게 조언해 줄 수 있으니까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안전한 곳에 서 계신가요?”

*이 글은 교육 목적의 일반적인 정보를 담고 있으며, 개인의 재정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투자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


댓글

  1. 젊은시절 앞만 보고 재산을 늘리는 것에만 집중했었다면 은퇴준비는 재산을 지키면서 잘 사용할 방법을 모색하여 그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재산수명을 늘려가야는데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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