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은퇴준비] 손흥민은 수비를 안 해도 됩니다 — 월드컵 3-4-3 전술로 배우는 노후 자산 포지션 전략

 

어젯밤 경기 보셨나요?

동부 기준으로 밤 9시 킥오프였으니, 경기가 끝난뒤 아쉬웠던 결과에 밤잠을 설치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서부에 계신 분들은 저녁 6시니 그나마 사정이 나으셨겠지만, 보스턴같은 동부에 사시는 분들께는 월드컵 앞에서 다음날 아침 피곤함쯤은 잠깐 잊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계 화면에서 한국팀을 소개할때 해설위원이 "오늘 한국은 3-4-3 포메이션으로 나옵니다"라는 말을 하는 순간, 저는 묘하게 머릿속에 다른 그림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재정 상담을 할 때 늘 그려드리는 자산 배분 차트였습니다. 수비, 중원, 공격. 어디서 많이 본 구조 아닌가요? 잠 설친 보람이 있도록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한번 제대로 풀어보겠습니다.

먼저 3-4-3이 무엇인지 잠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숫자가 세 개 나오는 포메이션은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의 선수를 수비-미드필드-공격 순으로 몇 명씩 배치하느냐를 뜻합니다. 3-4-3이라면 수비수 3명, 미드필더 4명, 공격수 3명이지요. 이번 한국 대표팀을 보면 수비 라인 중앙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센터백 김민재가 버티고, 4명의 미드필더는 체코전 골의 주인공 황인범포함 미드필더와 좌우 윙백들이 중원 전체를 넓게 장악하며, 제일 앞선 공격진에는 손흥민·이강인·이재성 또는 황희찬  이라는 화려한 공격 3인방이 섭니다. 단순히 숫자만 보면 공격적인 포메이션처럼 느껴지지만, 이 전술의 진짜 핵심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각자가 자기 포지션에서 맡은 역할만 충실히 해도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경기를 보실 때 손흥민만 쫓아다니면 사실 절반밖에 못 보시는 겁니다. 중원 4인방이 공을 얼마나 빠르게 순환시키는지, 윙백이 공격 때는 최전방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수비 때는 다시 자기 자리로 내려오는 상하 움직임을 눈여겨보시면 경기가 완전히 다르게 보입니다. 손흥민이 결정적인 골을 넣기 위해서는, 이강인의 정교한 패스가 있고, 그 패스가 나오기 전에는 황인범이 중원에서 공을 따낸 장면이 있으며, 그 앞에는 윙백이 상대의 시선을 분산시킨 움직임이 있습니다. 축구는 결국 제 포지션에서 제 일을 하는 선수들이 모여야 이기는 스포츠입니다. 하지만 어제의 경기에서는 최종수비에서 공을 계속돌리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서 공격진에게 공이 전달되지 못해 답답한 경기가 계속되었습니다.

자, 이제 슬며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사실 이 구조가 우리의 노후 자산 포트폴리오와 정말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저는 상담을 할 때마다 자산을 크게 세 가지 포지션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 공격형 자산 (Aggressive Assets) - 주식, 성장형 상장지수펀드(ETF)등 높은 수익을 추구하지만 변동성도 큰 자산입니다. 손흥민처럼 화려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합니다. 하지만 혼자서는 경기를 이길 수 없습니다.
  • 중립형 자산 (Moderate Assets) - 채권혼합형 펀드, 배당주, 부동산투자신탁(REITs) 등 공격과 수비를 연결하는 자산입니다. 황인범처럼 화려한 골은 많지 않아도, 팀 전체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합니다. 꾸준한 배당이나 이자 수익으로 포트폴리오 전체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책임집니다.
  • 수비형 자산 (Conservative Assets) - 미국 국채(Treasury Bonds), 양도성예금증서(CD), 머니마켓펀드(Money Market Fund), 연금(Annuity) 등 원금 보전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산입니다. 김민재처럼 중계 카메라에 자주 잡히지 않아도, 이 선수가 없으면 팀이 한 방에 무너집니다.

어느 하나만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공격수만 11명을 세워두면 역습 한 방에 무너집니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때 주식에만 올인해 두셨던 분들이 겪은 일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반대로 수비수만 11명이면 절대로 골을 넣을 수 없습니다. 전부 현금이나 예금에만 넣어두면,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는 상대에게 서서히 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중원이 없으면 공격과 수비가 서로 연결이 되지 않아 팀이 따로 논다는 느낌이 나는 것처럼, 중립형 자산이 없는 포트폴리오는 시장이 흔들릴 때 공격형 자산과 수비형 자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됩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점은, 포메이션은 나이와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40대라면 아직 은퇴까지 시간이 충분하므로 3-3-4처럼 공격 비중을 조금 더 높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50대가 되면 지금처럼 3-4-3으로 균형을 맞추는 시점입니다. 그리고 60대 이후, 특히 은퇴 이후에는 3-5-2 혹은 5-3-2처럼 수비와 중원을 두텁게 하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 내는 방향으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좋은 전략입니다. 물론 은퇴 이후에도 '경기'는 끝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20~30년이 남은 긴 경기의 후반전이 시작되는 것이니, 포메이션 전환을 너무 급격하게 하거나 너무 늦게 하는 것 모두 주의하셔야 합니다.

오늘 경기를 보시면서 한 가지만 떠올려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지금 내 자산은 어느 포지션에서 뛰고 있나?" 하고요. 혹시 공격수가 너무 많아서 수비가 비어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지나치게 수비형으로만 몰려 있어서 물가 상승을 이기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중원에서 현금 흐름을 만들어 줄 자산이 충분한지 한번 점검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잠 설치신 보람, 꼭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도, 노후 준비도, 결국 포지션 싸움입니다. 아쉬움이 많은 경기였지만 대-한-민국, 파이팅입니다.

*이 글은 교육 목적의 일반적인 정보를 담고 있으며, 개인의 재정 상황과 투자 목표에 따라 적합한 자산 배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결정은 반드시 재정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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