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경제]'차이나 쇼크'를 넘어 '차이나 스퀴즈'로 - 개발국을 쥐어짜는 중국의 역설

 


지난달, 미국 워싱턴의 권위 있는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중국의 중상주의적 압박(China's Mercantilist Squeeze on Developing Countrie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현재 거시경제의 흐름을 매우 통찰력 있게 분석하고 있어, 블로그 독자 여러분과 함께 그 핵심 내용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세계 경제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글로벌 경제의 거대한 흐름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죠.

과거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했을 때, 저가 제품 시장을 장악하며 선진국 제조업에 큰 타격을 입혔던 현상을 우리는 '차이나 쇼크(China Shock)'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최근 피터슨 연구소가 경고한 '차이나 스퀴즈(China Squeeze, 중국의 압박)'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경제적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압박의 주된 피해자는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이 아니라,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하려는 중·저소득 개발도상국들입니다.

보통 한 국가가 수출이 증가하면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기술 수준이 향상되면서, 외화 유입과 임금 상승에 따라 의류나 신발 같은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산업은 더 저렴한 임금을 가진 후발 개도국으로 자연스럽게 이전됩니다. 과거 한국, 대만, 일본이 걸었던 전형적인 발전 경로이지요.

그러나 중국은 수출의 비약적 증가로 경제 규모가 커지고 첨단 산업(전기차, 배터리, 로봇등)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저숙련 노동집약적 제조업 시장을 여전히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후발 개도국들이 제조업을 발판 삼아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압착(Squeeze)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중국이 개도국들의 국가적 성장을 위한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는 형국입니다.

보고서는 중국이 다음 세 가지 경로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1.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의 '밀어내기': 의류, 가죽, 섬유, 신발 등 4대 저숙련 제조업에서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가치사슬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무역 제재나 관세로 인해 공장을 동남아로 이전하더라도, 핵심 원료와 부품, 부가가치는 여전히 중국 내에 묶어두는 방식을 취합니다. 결과적으로 후발 개도국들이 누릴 수 있었던 막대한 수출 기회와 수천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의류, 가죽, 섬유, 신발 등 4대 저숙련 제조업 부문에서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가치사슬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무역제제와 관세등으로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할 때도 가장 핵심적인 원료와 부품과 부가가치는 중국 내에 남겨두는 방식을 씁니다. 이로 인해 후발 개도국들이 수출로 벌어들일 수 있었던 수천억 달러의 잠재적 수출 기회와 수천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나지 못했습니다. 

2. 개도국 안마당(내수 시장)까지 침투

중국 내수 침체로 발생한 유휴 생산 능력이 저가 제품의 밀어내기 수출로 이어지면서, 개도국 현지의 로컬 제조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파산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들은 중국 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여 낮은 마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빠지게 됩니다.

3. 굳게 닫힌 중국 소비자 시장

중국이 진정한 선진 경제로 도약했다면 주변 개발도상국의 저가 수입품을 대거 흡수해 소비해 주어야 마땅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자국 중심의 중상주의 정책을 고수하며 환율 통제와 무역 장벽으로 개도국 제품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피터슨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노동 공급량 대비 수출 비중을 따져봤을 때 중국이 점유하지 않고 후발국에 넘겨줬어야 할 '초과 수출' 규모가 엄청납니다.

  • 저숙련 4대 업종(의류·가죽·섬유·신발) - 중국이 움켜쥐고 있는 초과 가치창출 수출액만 약 1,100억 달러
  • 전체 저숙련 제조업 확장 시 - 개도국들이 중국 때문에 날린 기회비용은 연간 무려 3,650억 달러에 달함.

중국이 인건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정상적인 시장 논리가 아닙니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저평가)하고, 로봇을 이용한 공장 자동화로 제조원가를 낮추고 제조업 분야에 대규모 보조금을 쏟아부어 생산 단가를 강제로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인구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국가 내부적으로 저숙련 노동력을 계속 공급할 수 있는 구조적 요인도 한몫합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무거운 과제를 던져줍니다. 과거 역사적으로 입증된 '제조업 기반의 경제 성장 패러다임'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블랙홀 앞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중국의 이기적인 중상주의 무역 구조와 환율 왜곡은 신흥국들의 산업화 사다리를 가차 없이 걷어차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인건비가 오른 중국을 대체할 제2의 생산 기지는 어디일까?", "다음 세대에 크게 성장할 신흥국은 어디일까?"를 고민하며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혹은 중남미 국가들을 주목하곤 합니다. 과거의 공식대로라면 중국이 비워준 자리를 이들이 채우며 엄청난 고성장을 기록해야 맞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피터슨 보고서가 우리에게 주는 진짜 핵심은 "과거의 성장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등입니다.

중국이 첨단 산업(EV, 배터리, AI)의 패권을 쥐려 하면서도, 동시에 밑바닥 저가 제조업 시장까지 로봇 자동화와 보조금으로 꽉 쥐고 있는 한, 후발 주자 개도국들이 '제조업 부흥 ➔ 중산층 성장 ➔ 내수 폭발'이라는 선순환으로 가기가 과거보다 훨씬 험난해졌습니다. 잘못하면 성장 정체라는 덫, 즉 '차이나 스퀴즈'의 늪에 빠져버릴 수 있는 것이죠.

이제 우리는 투자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합니다. 향후 신흥국 펀드나 해외 생산 기지 다변화 전략을 고민할 때, 해당 국가가 단순히 '값싼 노동력'을 넘어 중국의 '스퀴즈'를 견뎌낼 수 있는 제도적 역량과 고유한 경쟁력을 갖추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즉, 외부 요인에 휘둘리지 않는 자생력이야말로 미래 신흥국 투자의 핵심 점검사항이 될 것입니다. 거시경제의 거대한 지각변동 속에서 단순한 낙관론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자산의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때, 해당 국가가 중국의 압력을 버텨내고 독자적인 성장가능성을 가졌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고 진입하는 선구안이 어느 때보다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댓글

  1. 중국은 정부개입이 강력하다는 점때문에 흐름에서 경직되면서 도미노처럼 이것이 전 세계 경제에 주는 여파이군요.
    거시경제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재정적으로 특히 투자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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