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은퇴준비] 몰랐다가 수천 달러 손해 보는 사람들 — 401(k) '55세 규칙'의 진실

 

미국에서 은퇴를 준비하는 분들 중에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401(k)는 59살 반이 되기 전엔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요. 워낙 오래된 통념이라 의심조차 안 하시는 분들이 많지요. 그런데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퀴즈를 하나 냈습니다. "401(k)에서 패널티 없이 돈을 꺼낼 수 있는 가장 이른 나이는?" 결과가 어땠을까요? 응답자의 80% 이상이 틀렸습니다. 대부분이 59½세라고 답했지요. 맞는 분들도 계셨겠지만, 압도적 다수가 몰랐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무지가 어떤 분들에게는 수천, 수만 달러의 손해로 이어졌습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바로 '55세 규칙(Rule of 55)'입니다. 55세가 되는 해부터 직장을 떠나는 분들은, 401(k)나 403(b) 퇴직연금에서 10% 조기 인출 패널티 없이 돈을 꺼낼 수 있습니다. 개인은퇴계좌(IRA)였다면 59½세 이전에 꺼낼 경우 무조건 페널티 10%를 떼이지만, 직장 퇴직연금은 다릅니다. 물론 인출한 금액에 대한 소득세(Income Tax)는 여전히 내야 하지만, 그 10% 패널티만 피해도 수만 달러가 지켜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수십 년 이 제도가 존재했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혜택으로 조용히 남아 있었습니다.

기사에 소개된 콜로라도에 사는Mark Nilles씨는 56세에 미국지질조사국(USGS) 수문학자로 일하다 은퇴했습니다. 그는 55세 규칙 덕분에 약 2만 4천 달러의 세금 패널티를 아꼈습니다. 시애틀의 교사였던 Jon Barker씨는 53세에 이 규칙을 처음 알게 됐고, 이 혜택이 없었다면 59½세까지 교단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두 사람 모두 이 제도를 알았기에 더 일찍, 더 자유롭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알고 있다는 것이 선택지를 만들어 준 셈이지요.

그런데 이 혜택, 생각보다 놓치기 쉽습니다. 반드시 알아두셔야 할 함정들이 있습니다.

첫째, IRA로 롤오버(Rollover)하는 순간 혜택이 사라집니다.

직장을 떠난 후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401(k)를 IRA로 옮기는 것입니다. 특히 해고를 당한 경우, 감정적으로 전 직장과 빨리 관계를 끊고 싶어서 서두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IRA로 옮기고 나면 55세 규칙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습니다. 59½세 이전에 꺼내면 다시 10% 패널티가 붙지요. 퇴직 직후 자동적으로 롤오버부터 하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잠깐 멈추고 이 규칙을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둘째, 모든 401(k) 플랜이 같은 방식으로 출금을 허용하지는 않습니다.

뱅가드(Vanguard)가 관리하는 401(k) 플랜의 약 70%는 전 직원이 정기적인 분할 출금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하지만 일부 회사의 플랜은 전액을 한 번에 인출하거나 롤오버하는 방식만 허용하기도 합니다. 한 번에 큰돈을 꺼내면 그해 소득이 급격히 올라가 더 높은 세율 구간(Tax Bracket)으로 올라가 많은 세금을 내야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퇴직 전에 반드시 본인의 플랜 제공자에게 출금 방식이 어떻게 되는지 미리 확인하셔야 합니다.

셋째, Traditional 401(k)와 Roth 401(k)가 함께 있다면 전략이 필요합니다.

Roth 401(k)는 나중에 세금 없이 꺼낼 수 있고, 노후에 의무 인출(Required Minimum Distribution) 규정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손대지 않고 오래 키우는 것이 유리합니다. 또한 59½세 이전에 로스 401(k)에서 돈을 꺼내면 수익 부분에 대해 소득세를 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전통 401(k)를 먼저 활용하고, 로스는 최대한 나중을 위해 남겨두는 순서를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더 기억하실 것이 있습니다. 55세 규칙은 55세가 넘어서 퇴직한 직장의 401(k)에만 적용됩니다. 이전 직장에서 남겨둔 401(k)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만약 이전 직장의 401(k)도 활용하고 싶다면, 퇴직 전에 현재 직장의 401(k)로 먼저 합쳐두는 것이 방법입니다. 그리고 좀 쉬다 새 직장을 얻더라도 이전 직장의 401(k)에서 계속 돈을 꺼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55세에 은퇴해서 인출을 시작했다가 57세에 파트타임 일을 시작해도, 이전 직장 401(k) 인출은 그대로 패널티 없이 유지됩니다.

재정 전문가의 입장에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조기 은퇴는 선뜻 권해드리기 어렵습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시대에 은퇴 후 삶이 30년, 혹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자산이 그 세월을 버텨줄 수 있는지, 의료비나 예상치 못한 지출은 어떻게 감당할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조금 더 일하시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안정적인 선택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지요. 건강이 허락하지 않거나, 가족을 돌봐야 하거나, 직장 상황이 어쩔 수 없이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께는 55세 룰이 큰 도움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일찍 은퇴의 문 앞에 서게 되셨다면, 이 제도만큼은 꼭 알고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55세 규칙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뉴스에 자주 나오지도 않고, 누가 먼저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 조용한 제도 하나가 어떤 분에게는 인생의 꿈을 실행하기위해 조기 은퇴를 가능하게 하고, 어떤 분에게는 여유있는 생활을 유지하며 세금으로 나갈 수만 달러를 지켜주었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 재정 분야에서만큼 딱 맞는 곳도 없는 것 같습니다. 퇴직을 앞두고 계신다면, 혹은 55세가 가까워지고 있다면, 지금 당장 본인의 401(k) 플랜 제공자에게 전화 한 통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한 통이 여러분의 은퇴계획을 바꿔 줄 수도 있으니까요.

*이 글은 교육 목적의 일반적인 정보를 담고 있으며, 개인의 재정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


댓글

  1. 재정의 흐름을 공부하다보니 돈은 알맞은 자리에 오래 두면 잘 자란다는 너무나 평범한 진리를 따르고 있더라구요. 문제는 알맞은 자리에 대한 욕심과 심리적 불안감으로 가만 두지 못하는데 있구요. 그 면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되 일단 결정이되면 좀 묻어 놓고 기다리는 게 필요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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