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자녀교육] 어린이날 선물 - 내 아이가 진짜 원하는 선물 vs. 내가 주고 싶은 선물
미국에 살다 보면, 5월 5일이 그냥 지나치기 쉬운 날이 되어버립니다. 달력에는 아무 표시도 없고, 학교도 어김없이 문을 열고, 마트 진열대에도 어린이날 특수 같은 건 없지요. 그런데도 이맘때면 어디선가 슬며시 마음 한쪽이 간질거립니다. 한국에 계신 부모,형제가 "아이들 선물 뭐 사줄까?" 하고 카톡을 보내오거나, 오래된 사진속 어린 시절 어린이날에 갔던 놀이공원사진이 떠오르거나... 미국 땅에서 한국 달력을 함께보며 살아가는 우리만의 독특한 감성이지요.
올해 한국에서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흥미로운 설문 결과가 두 개 나란히 발표되었습니다. 하나는 초등학교 3~6학년 아이들 1,844명에게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무엇이냐"고 물은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학부모 622명에게 "자녀에게 가장 주고 싶은 선물이 무엇이냐"고 물은 것이었습니다. 두 결과를 나란히 놓고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이와 부모가 이렇게까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요.
아이들이 가장 받고 싶다고 답한 선물 1위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디지털 기기(19.1%)였습니다. 2위는 뜻밖에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여행, 외식"(17%)이었고, 3위는 반려동물(16.9%)이 차지했습니다. 작년에는 현금·상품권이 당당히 1위였다는데, 올해는 4위(11.8%)로 밀려났습니다. 디지털 기기 값이 훌쩍 오른 요즘, 용돈 몇 만 원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걸 아이들도 눈치챈 것일까요. 어쩐지 씁쓸하면서도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부모들의 답변은 사뭇 달랐습니다. 주고 싶은 선물 1위는 옷이나 신발 같은 의류·잡화류(72.7%)였고, 2위는 장난감·인형 등 완구류(44.4%), 3위는 자전거 같은 레포츠용품(34.2%)이었습니다. 그런데 4위가 참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현금·주식 같은 금융 자산(30.8%)이었거든요. 게임기기(30.0%)나 스마트폰·노트북 같은 디지털 기기(28.1%)보다 앞서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현금보다 아이패드를 원하는데, 부모들은 아이패드보다 주식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던 셈이지요. 부모가 주길 원하는 것과 아이들이 받길 원하는 선물에 이렇게 엇갈리는 광경이 어딘가 정겹고도 흥미롭습니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숫자가 있습니다. 올해 어린이날 선물 구매에 부모들이 예상하는 평균 지출액은 약 9만 5천 원이었습니다. 2016년 같은 조사에서의 평균이 4만 9천 원이었으니, 1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입니다. 한국의 인플레이션이 어린이날 선물 예산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미국에서 물가 오름을 매일 피부로 느끼며 사는 우리로서는 더 공감이 가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두 리스트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면, 아이들은 "지금 당장 원하는 것"에 솔직했고, 부모들은 "오래 쓸 수 있거나 미래에 남는 것"에 마음이 기울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차이가 재미있으면서도, 어디선가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던지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과연 돈의 가치를 알고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 부모들은 그것을 제대로 가르쳐주고 있을까요?
부모가 선물 목록에 금융 자산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사실 꽤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아이가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감각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는 부모나 보호자가 미성년 자녀 명의로 개설해 관리하는 위탁관리계좌(Custodial Account)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이 이름으로 소액을 투자해두고, 함께 잔액을 확인하고, "이 돈이 어떻게 자라는지"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재정교육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거창한 강의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원하는 아이패드 가격이 얼마인지 함께 찾아보고, 그걸 모으려면 매달 얼마씩 저축해야 하는지 계산해보는 것, 그 대화 한 번이 어린이날 선물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습니다.
두 리스트를 나란히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오면서도, 그 온도 차 속에서 재정교육의 힌트가 보였습니다. 미국 땅에서 어린이날을 보내는 우리에게는, 아이에게 무엇을 사줄지 고민하는 것만큼이나 아이와 무엇을 이야기할지 고민해보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선물은 시간이 지나면 낡아지지만, 돈에 대한 건강한 생각은 평생을 갑니다. 올해 어린이날, 멀리 한국에서 들려온 두 가지 리스트를 보면서 이런 생각들을 해봅니다.
* 자녀 재정교육 관련 이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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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을 사주기보다 apple 주식을 사주려는 자세가 되어 있는 부모가 되고 단기나 순간보다는 장기적인 시각과 시야를 가진 부모 또한 그런 마인드를 어릴때부터 심어주는 부모가 되었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직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아이들이 아주 어릴때 앞에 놓인 초코렛을 않 먹고 참으면 두개를 주겠다고 어디서 들었던 실험 아닌 실험을 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한 배에서 나온 아이들의 다른 반응에 참으로 타고난 바가 있다는 것의 깨달음이 기억나네요. 자식은 참으로 내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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